"중대재해법 준비시간 태부족…공공부문서도 대혼란 불가피"

입력 2021-05-24 17:28   수정 2021-05-25 00:29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민간뿐 아니라 공공 부문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입니다. 시행 8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대비하는 데 전사적으로 역량을 쏟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이사장은 30년간 서울시 건설·도시계획·안전 분야를 담당한 도시 안전 분야 전문가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 분야에 경종을 울리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이 나온 이후엔 본격 시행까지 넉 달밖에 시간이 없어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늦다”고 강조했다. 올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9월께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내년 1월 본격 시행된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산업재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실제 법이 시행되고 나면 시민재해가 더욱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민간 사업장 외에도 공중 이용시설, 공중 교통수단을 운영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을 처벌하도록 했다.

법에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가 모두 포함돼 있다. 공공시설 결함 등을 원인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고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10명 이상 부상자,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10명 이상 질병자가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로 본다.

시민재해는 교량이나 터널 붕괴, 싱크홀 사고부터 도로 요철이 튀어나와 행인이 넘어지는 것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는 “10년간 국내외 568건의 사고 사례를 발췌해 원인을 조사하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공공 부문의 경각심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공단 내 전 임직원뿐 아니라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등에도 중대재해 사례 분석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민간과 공공 모두 준비 기간이 촉박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조 이사장은 우려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안전기준만 해도 1638개로, 이 중 공단과 관련된 것만 1183개”라며 “수많은 안전관계 법령과 지침을 담당자들이 모두 지킨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든 안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100% 제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는 포장이 제대로 안 된 도로에서 노인이 넘어지고 몇 년 뒤 사망했을 경우 지자체장이 책임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점검 예산이 충분치 않은 점도 걸림돌 중 하나다. 그는 “자동차 전용도로 노후 콘크리트 방호벽 정비사업만 해도 한꺼번에 하지 못하고 5년간 110억원의 예산을 나눠 받아 수리하고 있다”며 “공단이 시설정비 예산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국의 안전예산 수요를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채우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승진·전보·퇴직 등 인사로 인해 일정 기간 해당 부분 안전에 대해선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백이 발생하는 것도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라고 전했다.

“시민재해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조 이사장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각 지자체로부터 도로, 상가 등의 사업을 대행하는 각 지역 시설공단의 장이 시민재해의 책임자인지, 지자체장이 책임자인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완벽한 안전을 갖추지 않으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법은 경영자와 기술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자연인에 대한 처벌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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